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장) Zhejiang University세계 고등교육의 지형도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학은 곧 미국”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던 ‘학문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저물고, 그 빈자리를 중국의 거대한 물량이 채우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발표된 네덜란드 라이덴대 과학기술연구센터(CWTS)의 ‘2025년 세계 대학 연구 성과 순위’는 이러한 지각변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순위에서 전 세계 연구 성과 1위는 미국의 하버드가 아닌 중국의 저장대(Zhejiang University)가 차지했다. 충격적인 것은 상위 10위권 내에 중국 대학이 무려 7곳이나 포진했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 중 톱10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하버드대가 유일했다. 불과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위 10위권 중 7곳이 미국 대학이었고, 중국은 저장대 한 곳만이 20위권 밖에서 이름을 내밀던 시절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 양적 팽창인가, 질적 도약인가: 라이덴 랭킹의 함의 우선 이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라이덴 랭킹’의 특성이다. 영국의 QS나 THE(타임즈 고등교육) 평가가 평판도, 교육 여건, 국제화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라이덴 랭킹은 철저하게 ‘논문의 수’와 ‘인용 빈도’라는 계량적 서지 지표에 집중한다. 즉, 중국 대학들이 이공계(STEM) 분야에서 쏟아내는 연구의 ‘절대량’이 미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논문의 ‘질적 권위’를 상징하는 최상위 피인용 논문 수에서는 하버드대가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 그러나 전체 연구 생산량에서 하버드가 3위로 밀려났다는 사실은, 학문적 담론의 주도권 싸움에서 중국의 인해전술이 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시간대, UCLA, 존스홉킨스대 등 미국의 명문 주립·사립대들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인 ‘차이나 스피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