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통하는 창문, 인터넷 통제학교에서 컴퓨터 소지 못해, 여학생 기초화장도 금지
미래교육연구소에 최근 국제 학교 진학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그만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이야기다.
공교육 시스템이 싫어서 국제 학교로 가려는 데 국제 학교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국제 학교들 가운데 문제가 없는 곳은 한곳도 없다. 다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덜 하냐 더 하냐의 문제다.
오늘은 학교 선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학교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이 학교의 이름은 공개할 수는 없다. 그냥 A 학교라고 하자. 한번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발제를 한다.
이 학교는 신앙의 이름으로 기독교 학교를 표방하는 학교다. 그런데 학교 교육 환경이 중세 시대 봉쇄 수도원과 비슷하다.
첫 번째, 이 학교 학생들은 컴퓨터를 가질 수 없다. 학교 내에서 인터넷도 못한다. 이 학교에 들어오면 모든 인터넷은 차단된다. 이 학교 교사들은 인터넷을 악으로 규정한 것 같다. 세상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발상이다. 인터넷은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렇다. 인터넷이 해악이 있다고 막는 것은 광우병 걱정에 소고기를 못 먹게 하는 것과 같다. 아마 대한민국 학교 가운데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소지하지 못하게 하고, 인터넷을 막는 학교는 이 학교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넷을 막아버리면 KT 아현동 화재로 수십만 가구가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던 며칠 전 '통신 대란'과 같은 상황에 놓이는 데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초중고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해야 할 것들이 많다. SAT 공부도 학원에 안 다니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AP 과목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교과 수업 자료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신앙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을 막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결국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경쟁에 뒤지게 된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해 주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학교가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라고 강요를 한다.
둘째, 이 학교 여학생들은 전혀 화장을 할 수 없다. 기초화장도 안 된다고 한다. 필자가 청소년 여학생들이 화장을 하는 것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 소녀들의 나이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화장은 소녀의 꿈이다. 그런데 이것을 전면 통제를 하고 화장을 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앞둑을 막으면 옆둑이 터진다는 것을 이 학교 교사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A 국제 학교는 꿈을 키우는 학교가 아닌 꿈을 통제하고 꿈을 꺾는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아들이 많은 곳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우수하고 정상적인 학생들이다. 반듯한 학생들이다. 문제는 학교다. 이 학교가 이렇게 통제를 한다고 이 학교가 학업적으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국제 학교에 비해 미국 등 세계 명문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에 나와서 바쁘게 사교육을 받고 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에서 인터넷으로 인강을 못하게 하니까...
교육은 연습이 없다. 청소년기에 다니는 학교는 그래서 중요하다. 꿈을 키우고 세상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키워줘야 한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창의성은 결코 나올 수 없다. 이 학생들의 비판적이고 창의적 사고는 갇혀 있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잘 선택하라고 말씀드린다. 무엇이 중요한지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빚어지는 중세적 통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 학교 학생들을 상담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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