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미국 대학 레귤러 대거 불합격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딸아이가 레귤러로 지원한 10개 대학에 모두 다 떨어질 상황에 놓인 학부모가 필자를 찾아왔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지원한 10개 대학 가운데 7개 대학에서 불합격 혹은 웨이팅이 나왔고, 나머지 3개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이라서 결과를 보지 않아도 불합격이라는 것을 안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소연을 했다.
필자가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을 했듯이 금년도 미국 상위권 대학 레귤러에 지원한 학생이 폭증을 해서 과거의 학생 프로파일을 갖고는 웨이팅은커녕 모두 불합격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거의 매일 1-2명씩 이런 학부모들을 만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남은 3개 대학도 불합격이 확실한 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화를 내면서 말도 못 붙이게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1) 재수도 안 한다 2) 남은 대학, 즉 수준이 낮은 대학에도 지원하지 않겠다 3) CC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 미국대학에 다 떨어졌어요= 유튜브
장기를 둘 때 '외통수'라는 것이 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상대방이 놓은 마지막 한 수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말한다. 이 학생은 장기의 외통수에 걸렸는데 자신의 이런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부모님께 남은 3개 대학마저 합격자 발표가 나고, 아이 스스로 선택의 길이 없다고 생각됐을 때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돌아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 학생의 학업적 부분을 검토해보니 거의 모든 대학이 상향이었다. 더구나 금년 같은 경우에는 불합격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자존심이 하늘을 찔러 자신의 기록이 프라이버시라며 주변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원 대학 선정에서 원서 작성에서, 에세이까지 혼자서 한 것이다.
그 자기주도적 태도에 칭찬을 보내야 하겠지만 시각장애인이 밤길을 걷는 것처럼 참 막막한 길을 걸어간 것이다. 성적마저 저조한 데 완전한 전략적 실패까지 곁들인 것이다. 필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이런 난감한 상담이 4월 초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면 길을 안내할 텐데, 속타는 아버지 마음만큼 필자의 마음도 무겁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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