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동남아 국가에서 조기유학을 하고 있다. 이 학생은 매우 잠재력이 큰 학생이다. 학교 내신 성적도 좋은 편이고 태도도 겸손하고, 매우 긍정적으로 밝은 미래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동남아 국가에서 유학을 하는 학생들처럼 미국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액티비티가 부족했다. 필자의 오랜 입시 컨설팅 경험으로 이런 기록으로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대로 설명을 했다. 학생에게 용기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정확하게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서다.
문제는 어머니였다. "나는 아이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지 않으면 미국 대학에 안 보낼 것입니다"라고 아주 단호했다. 이 어머니 머리 속에는 오직 미국 대학은 '아이비리그'밖에 없었다.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태도에 매우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요즘 청년답지 않게 인내하며 어머니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 청년은 "엄마! 아이비리그도 쓰고, 그 다음 학교도 쓸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안돼. 오직 아이비리그만 쓰고 그게 안 되면 미국 대학에 못 보낸다"라고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필자는 어머니에게 "왜 아이비리그냐"고 물었다. 그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이 미네소타 주립대 교수인데 아이비리그에 오지 않을 것이라면 미국 유학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허허... 어찌 이런 일이...
미네소타 교수가 정말 이런 말을 했다면 젊잖지 못한 표현으로 '교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이 교수의 말을 오해 또는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미국에는 아이비리그 대학 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필자는 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그럼 아이비리그 대학을 보내지 못하면 아들을 어느 대학에 보낼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에 보낸단다. 자다가 소도 웃을 이야기를 하는 이 부모를 보고, 필자는 더 이상 이 어머니에게 미국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 이 부모를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이 어머니처럼 이렇게 자기가 아는 것이 세상의 모두인 것처럼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부모가 자녀를 망치는 여러 가지 가운데 이런 망상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욕심이 아이를 망친다.
미국 대학에는 정말 아이비리그 대학 밖에 없을까? 아이비리그 대학만 미국 명문 대학일까?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면 모두 성공하고 미래가 잘 풀릴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다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이 가능할까? 연간 40여만명이 지원을 하고, 2만여명만 아이비리그 대학에 간다. 대한민국을 통털어 연간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이 몇 명이 될까? 가고 싶은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 부모 입장에서 보내고 싶은 대학과 아이가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도 동서남북 구별을 못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
이 유능한 청년이 어머니의 무지 때문에 진로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상담을 마무리했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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