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국 대학, 특히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액티비티(EC) 지도를 한다. 필자는 이 학생들에게 그동안 해온 활동을 Resume로 기록하게 한다. 그러면 종종 '기아체험'이라는 EC를 보게 된다.
아프리카 등 빈곤 아동들이 사는 지역을 돕는 국내 NGO들이 방학 때나 주말에 올림픽 공원 경기장에서 이런 행사를 주최한다. 지난 해에는 모 TV 방송국이 '기아체험 24'라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학생은 이런 체험기를 남기기도 했다.
"기아체험을 다녀온 그때 나의 상태는 굉장한 목마름과 배고픔이었다. 사실 배고픔은 어느 정도 참을만 했지만, 목마름은 정말 참기가 힘들었다. 20시간은 물 반컵으로 버티니 몸도 잘 안따라주고, 항상 갈증이 나서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나의 이런 일시적인 고통은 기아들의 일상에 불과하다. 기아들은 항상 목이 마르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뎌나가고 있다. 이 활동을 마치고, 내가 기아들을 위해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삶을 하루에 한번이라도 생각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물을 끈다던지 급식을 맛있게 다 먹는다던지 이런 행동을 한다면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기아 체험'이라는 주제가 정말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때 입학 사정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인상적인 EC'일까?
미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 학생들이 참여하는 '기아체험' 프로그램은 다소 민감한 주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전 세계의 빈곤과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나눔과 봉사의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단순히 '체험'에 그치고, 실제 기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거식 상태에 놓이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참가자의 건강과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굶주림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아니 거의 대부분 학생들은 '기아체험', 즉 하루 저녁 굶고 물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생각하는 것으로 끝낸다. 이후 더이상 굶주리는 아프리카 청소년들을 위한 후속 EC를 하지 않는다. 위에 학생도 '내가 기아들을 위해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지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행사를 주최한 NGO도 학생들에게 몇푼의 후원금을 기부 받는 것으로 그친다. 아마 그들은 '후원금 모금'이 이 행사를 개최하는 목적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비곤과 굶주림 이로 인해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는 빈곤 지역 청소년들과 연대의식을 갖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EC로써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부금 한번 내는 활동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참가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 기아 문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하면 기아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레쥬메에 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이 의미 있는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내용과 운영 방식, 그리고 참가자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행사를 계기 기아와 빈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교육연구소는 미국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EC를 어떻게 확장해야 좋을지에 대해 장기가에 걸쳐 컨설팅을 제공한다. <미래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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